눈높이와 예산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반셀프인테리어에 도전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비용도 줄이고, 내 취향을 반영한 키친으로 리모델링할 수 있을까? 브랜드 키친에 맡길까? 사재 키친 제작 업체를 컨택해볼까? 고민고민 끝에 을지로에 있는 보탬(BOTEM) 주방 업체에 노크를 했습니다. 을지로는 웬만한 제품과 자재는 다 구할 수 있어서 예산에 맞게 눈높이를 높이거나 낮추면 다 해결이 되는 구조였습니다. 보탬주방은 럭셔리 인테리어 업체에서 다시 시공을 맡기는 퀄리티 있는 주방 업체라 가성비 있게 키친을 리모델링할 수 있었습니다. 키친 또한 워낙 탑티어 고수들이라 반셀프인테리어를 진행하면서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먼저 리모델링 전 키친의 상태는 분양 당시 상당히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마감재, 바로크 체리 몰딩과 합판이 아닌 무거운 무늬목 캐비닛이 였지만 내가 생각한 키친 컨셉과 달라서 전철거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내력벽이 2군데 있어서 구조를 확 바꾸기가 또한 어려웠습니다.
먼저 비포애프터 사진을 공개합니다.
1. 반셀프인테리어 시공 타임라인
1) 공사업체 선정 및 1차 미팅
공사업체 선정은 추천하는 업체들이 인터넷이나 오늘의 집에 나와있고 나의 경우는 을지로 도배업체를 소개받고 나머지 욕실, 필름, 조명, 도어락 및 손잡이 업체를 줄줄이 소개받아 진행하였습니다. 키친은 제가 직접 찾아 컨택했는데 을지로는 거대한 맨파워로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인테리어 시장이라 어느 업체, 샾을 가더라도 기본 이상은 제공한다고 판단합니다.
키친 업체와의 1차 미팅에서 내가 원하는 컨셉을 알려드리고, 디자인 실장님이 아파트를 방문해서 키친 가구 치수를 꼼꼼히 재고 전기 배선, 조명 등 연관된 부분과의 디테일한 부분을 고려합니다. 또한 뜬금없는 내력벽으로 캐비닛 디자인을 어떻게 하면 가장 기능은 살리고 디자인도 놓치지 않을지 고민이 역력했습니다.
2) 2차 미팅과 견적서
2차 미팅 전 시공업체가 아파트 현장에 방문해 어떤 디자인으로 키친을 시공할지, 어떤 자재를 쓸지, 빼곡한 항목이 가득한 견적서를 보내옵니다. 몇 가지 옵션에 따라 견적이 달라지므로 요청을 하면 각 옵션에 따른 견적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견적서를 컨펌하면 2차 미팅에서 더 디테일한 캐비닛 색상과 디자인, 사이즈에 맞는 상판 자재, 수전, 빌트인 가전, 프리스탠딩 가전 등을 결정하고 주문할 것들은 미리 주문합니다. 해외직구를 통해 배송받아야 하는 것들을 좀 더 일찍 주문해야 합니다. 시공일이 결정되었습니다. 최대한 다른 공간의 리모델링과 겹치지 않게 해야 하는데 키친 캐비닛 설치 후 먼지가 많이 나는 작업을 하면 나중에 캐비닛 안을 일일이 다시 청소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3) 자재 고르기
반셀프인테리어 시공 훨씬 전부터 50장이 넘는 PPT를 준비했고 키친 컨셉은 새미 클래식으로 심플! 퀄리티! 편리한! 키친을 원했고 디자인 실장님은 자료를 검토하시고 하나하나 제안을 주셨습니다.
먼저 키친 캐비닛은 과하지 않은 모던한 몰딩의 샌드베이지에 가까운 색상을 골랐습니다. 몰딩이 복잡해질수록 가격이 올라간다는 팁 드립니다.
키친 상판과 벽, 아일랜드 상판은 천연 대리석으로 결정하고 ‘토탈마블’ 업체를 컨택하셔서 가능한 대리석 리스트와 가격을 알아봐 주셨고 내가 원하는 ‘디아노임페리얼’ 대리석으로 결정했습니다. ‘북매치’를 하기에 적합한 베인(Vein)이 잘 분포된 대리석을 디자인 실장님이 직접 공장을 방문해서 고르셨다고 합니다.
상판으로 세라믹과 인조 대리석도 옵션에 있었지만 천연 대리석을 선택한 이유는 자연적인 패턴과 색상, 땅의 유구한 히스토리가 담긴 골동품을 컬렉션 한다는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다만 내구성, 무게, 가격, 가공에서의 약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 외 키친 악세서리로 싱크는 백조 깜 포르테 900으로 큰 사이즈로, 수전은 폭포수전 슈티에싱크 투홀로, 세제통도 빌트인으로, 정수기도 최대한 얇은 것으로 빌트인으로 설치했습니다.
내력벽을 살리고 바닥 까대기를 하지 않는 키친 레이아웃을 공유해 주셨고 대면형 아일랜드를 하고 싶었지만 분배기 위치 때문에 아일랜드에는 후드 일체형 인덕션을 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해외 직구로 구매해야 해서 ‘동동 마켓’에서 주문하고 9일 만에 단단하게 배송되어 왔습니다. 소방시설법에 맞게 천정에 자동확산소화기와 점검구를 마련했습니다.
키친 옆 보조 주방 공간을 세탁실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세탁기를 베란다에 설치하려 했는데 관리실에서 불가하다고 해서 보기에는 복잡해 보였지만 키친과 세탁실의 캐비닛을 같은 것으로 해서 연결성을 주고 이질감을 최소화했습니다.
4) 시공
-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 주민동의서: 공공주택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할 때 같은 동의 50% 호수의 주민에게 동의를 받습니다. 반셀프인테리어는 내가 직접 주민동의를 받으러 가가호호 방문을 해야 합니다. 동의서 폼은 인터넷에 여러 가지 나와있고 아파트 관리실에 요청을 하면 주기도 합니다. 관리실에도 인테리어 공사 관련 공지를 엘리베이터에 디스플레이해야 하므로 인테리어 기간에 따른 소음도를 잘 정리해서 자료를 주면 관리실에서 공고문을 작성합니다. 모든 철거와 인테리어에 따른 소음과 문제의 담당자는 내가 됩니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공고문에 넣습니다. 인테리어 업체에 맡겨서 하면 인테리어 업체 담당자 이름과 전화번호가 공고문에 들어갑니다. 그 외 엘리베이터 사용료, 업체 주차비 및 보증금을 관리실에 입금하는데 아파트마다 다른 규정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철거: 반셀프인테리어에서 철거 자체는 공사업체에서 와서 해주지만 철거팀이 차에서 내려서부터 집의 현장까지 오는 부분의 보양은 내가 직접 해야 합니다. 그걸 몰라서 철거가 30분 정도 지연되었기에 미리 알려드립니다. 보통 인테리어업체에 맡기면 그쪽에서 보양까지 다해주지만 반셀프인테리어는 집주인이 직접 해야 합니다. 철거는 소음과 폐기물, 먼지 등으로 심약한 사람은 패닉이 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욕실 철거 시 각종 무겁고 날카로운 폐기물들이 많이 나오므로 마루나 타 바닥재가 상하지 않도록 보양작업을 꼼꼼히 해주어야 합니다. 기존 체리 몰딩과 무늬목 키친 캐비닛을 아파트의 탄생과 역사를 같이 했지만 제2의 역사를 위해 과감히 철거했고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 전기 배선 작업: 캐비닛이 들어오기 전 필요한 전기와 조명 관련 배선 작업이 시행되어야 합니다.
- 상부장 하부장이 설치: 상부장과 하부장이 먼저 세팅되고 대리석 상판이 얹힙니다. 이때 상판은 미리 타공이 되어서 현장에서 크게 소리가 나거나 먼지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 가전 세팅: 빌트인 가전, 셀프스탠딩 가전들이 다 들어오고 나니 도면으로 보던 키친 이미지가 완성되는 것 같았습니다. 내력벽은 키친과 톤앤매너를 맞춰서 브론즈 미러로 스타일리시하게 바꾸었고 결과는 공간이 넓어 보이고 기능적인 면에서도 만족하였습니다.
2. 반셀프인테리어 시공 후기
1) 장점
- 비용 절감
- 나의 기호가 최대한 반영된다
- 시공 후 인테리어 반 전문가가 된다
2) 단점
- 시공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계속 물어가며 진행해야 한다
- 시공업체들 간 시공 기간 조율이 중요하다
- 입주 날짜는 넉넉히 잡아야 한다
반셀프인테리어의 핵심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전문가에게 맡길 부분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입니다. 시공은 업체에 맡기고 모든 설치 제품은 나의 취향이 담긴 것으로 비교 선택했습니다. 오픈 키친이라 거실과의 연결 동선이 자연스럽고, 디자인과 색상도 전체 공간과 이질감 없이 잘 녹아들어 갔습니다. 인테리어 업체에 맡긴 것 같은 퀄리티에 비용은 확 줄인 결과로 반셀프인테리어는 준비만 철저히 하고 시공업체 선정만 잘 된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선택지입니다.